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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6

시간이라는 감옥 -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올드> (2021)

By. 심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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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올드(OLD)> (2021)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스핑크스는 길목에서 기다렸다가 마주친 인간들에게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낸다. “아침에는 , 낮에는 , 저녁에는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자리에서 잡아먹었다. 어느 테베에 오이디푸스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인간이라고 답하자 스핑크스는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의 대답처럼 인간의 인생이란 발로 걷고 발로 섰다가 지팡이에 의존해 발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시간의 운행으로부터 자유로울 없는 필멸의 존재인 것이다.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올드(OLD)》는 앞서 오이디푸스에게 던진 스핑크스의 질문을 스크린 속에 현재화한다.





영화 《올드(OLD)》는 공포 스릴러 장르이지만 특별히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감독은 제한된 시간과 장소 자체를 공포와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의 심리적인 갈등과 인간의 신체를 급속하게 노화시키는 시간의 흐름을 공포의 요소로 활용한다. 영화 《올드(OLD)》는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 공포 스릴러의 장르의 문법으로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특수한 자성(磁性) 물질로 인해 인간 신체를 급속하게 노화시키는 해변을 배경으로 한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아무도 찾지 않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는 리조트 직원의 말에 따라 가이 부부와 몇몇 사람들은 협곡을 지나 미지의 해변에 도착한다. 처음 아름다운 해변의 풍경에 감탄하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변화의 기운을 감지한다. 바로 어린아이들의 신체가 갑자기 성장하고, 지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의 병증이 악화되며, 중년의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노화로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시력과 청력을 잃는다.

원인을 없는 변화로 인해 사람들은 혼란과 공포에 빠지고 해변을 벗어나고자 하지만 다시 밖으로 돌아갈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시간의 왜곡으로 인해 사람들이 갇힌 해변의 삼십 분은 년과 같다. 제한된 해변이라는 공간과 급속하게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벗어나고자 사람들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예컨대 수영으로 바다를 벗어나고자 하지만 익사하고, 절벽을 타고 올라가 보지만 정신을 잃고 추락사한다. 이처럼 평범하게 보이는 자연 자체가 공포의 대상으로 전환되어 관객들은 시간에 쫓기는 기분에 휩싸인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갈등과 내러티브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이 공포로 다가온다. 그러나 눈앞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이 생로병사라는 인생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렇다면 영화 속의 상황이 공포로 다가올까? 바로 우리들이 자신의 곁에서 함께 하는 노화와 죽음을 망각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노화와 죽음으로부터 인간이 벗어날 없음을 해변에 갇힌 사람들의 탈출 시도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의 반전은 해변에 갇힌 인물들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비로소 해변을 빠져나갈 있게 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이혼을 앞두고 이별 여행을 왔던 가이 부부는 자신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감춰두었던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확인하고서야 다른 사람들과 달리 평화롭게 죽음을 맞는다. 또한 가이 부부가 죽고 남겨진 매덕스와 트렌트 남매는 결국 해변에서 탈출하는 것을 포기하는데 그때서야 해변에 갇히기 전에 리조트 매니저의 조카로부터 받았던 메모지에 적힌 힌트를 통해 탈출로를 발견한다.

 이처럼 영화 《올드(OLD)》는 인간의 생로병사를 공포 스릴러 장르의 문법으로 풀어내고, 시간과 공간을 보이지 않는 암살자로 활용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좁은 해변에 밀어 넣은 다음 그들의 심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만 내러티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화의 설정과 의도를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어서 조금은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있어서 긴장감이 떨어질 있다는 점은 언급해두어야겠다.


<사진 제공 - 유니버셜 픽쳐스 코리아>